Systems Neuroscience/Flagship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후기. 무엇이 중헌가!

LuckyFace 2016. 7. 20. 18:28

 2016년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에 합격하였다.


예년에 비해 지원금액이 다소 줄었지만, 내게는 지원 금액을 떠나 큰 영광이다. 


첫째, 내 연구가 전문가들에게 중요하다고 인정받았다는 점.

둘째, 나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연구계획을 세울수 있었던 점.

셋째, 위 두가지로 연구활동을 하게되는 원동력을 얻었다는 점.


크게 위 세가지 점이 가장 감사하다.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저번학기에 들었던 기술 경영대학원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이 사업은 1차에서는 "나"를 어필해야 하고, 2차 면접에서는 "내 연구"를 어필해야 한다. 수천명이 이 사업에 지원한다. 긴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쓰면서 이걸 읽어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결국 이 연구가 왜 중요하고, 왜 내가 이걸 수행할 충분한 역량이 있으며, 이 연구가 가져올 중요한 효과들에 집중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결국 이걸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은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 파급효과가 뭔지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본인이 주도적으로 정한 주제가 아니라면 더욱 더. 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것을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며, 누가 더 이걸 잘하는지를 경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자산이 된다. 즉 내 연구를 잘 포장해서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사고싶게 만드는 것이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이것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또한 발표는 6분밖에 되지 않는다. 절대 내 연구를 자세히 설명할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나도 발표를 준비하면서 연구자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었지만, 결국 그걸 모두 담지 못했다. 대신 왜 이 연구가 중요하고 내과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심사위원의 질문도 여기에 집중되었다.


보통 중요한 발표를 할때는 발표 자료를 출력해서 듣는 사람에게 배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을 좋아하진 않는다. 나는 스크린을 보면서 발표하지 않는다. 흐름이 논리적인 발표라면 굳이 내용을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듣는 사람의 눈을 마주치면서 같이 호흡하길 원하기 때문이며, 이때 눈을 화면으로 돌리는 순간 발표를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걸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표자료를 출력하는 발표는 청중 혹은 심사위원이 계속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진 않는다. 미리 출력해간 발표자료와 이전 연구계획서를 뒤척이면서 발표화면이나 발표자를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이다. 결국 이런 형식의(발표자료를 준비해가는) 발표는 스냅샷처럼 남을수 밖에 없는것 같다. 따라서 발표 시작하고 나서 강하게 뇌리에 남을수 있는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이런 장치를 하나 마련했던것이 하나의 팁인듯 하다.


이전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내가 발표하는 분야에 너무 정통한 사람이거나, 혹은 그사람이 내 주제나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 경우 혹독한 질문을 받은 사례들이 있었다. 너무 짧은 시간이기에 이런 공격적인 질문에대해서는 변명조로 답변하기가 쉽다. 이건 어느정도의 운에 따라야 하는것 같다. 반대로 너무 분야가 생소하거나 잘 모를경우에는 질문이 너무 피상적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다행히도 두 극단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심사위원들의 건설적인 답변을 받았다. 답변용 슬라이드를 여럿 준비해갔으나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기타 생각나는 팁.


1. 지원하는 분야를 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연구에 해당하는 3분야를 퍼센트를 줘서 고르게 되는데, 이걸 서로 다른 분야로 적당히 섞으면 융합분야로 가게 되고 어느 한분야에 몰아주면 그 분야로 가게 된다. 지원과제 명단을 보면 해마다 분야별 경쟁자수가 다른 것을 알수 있고, 선정과제들을 보면 각분야 마다 TO가 있기 때문에 경쟁률 자체가 차이가 나는듯 하다. 


2. 면접 리허설은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은것 같다. 시계를 보지 않고 5분~5분30초안으로 끊는 연습을 하는게 좋은듯. 실제로 듣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끝나는게 좋을거 같기도 하다. 반대로 시간이 넘거나 아니면 마지막에 시간에 쫓겨 너무 급한 모습을 보이면 생각보다 더 큰 역효과가 있다. 우리 면접장에서는 심사위원중 한분이 시간을 재셨지만, 발표자가 따로 시간을 확인할수는 없었다. 진행위원에게 핸드폰 스탑워치를 해도 되겠는지 물었을때, 약간 곤란한 기색이어서 그냥 보지 않고 진행했다.


3. 연구비 지원을 많이 해본 경험있는 분의 조언을 듣는게 좋다. 어떻게 하면 내 연구를 잘 포장해서 중요한것이라는 인상을 줄까? 라는 질문에 치열하게 답변해오신 분들은 이러한 감?이 좋으신듯 하다. 내 실험실에서도 포닥 선생님들이 이런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4. 내가 듣는 입장이 되보는 점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실제로 발표를 녹화해보니 몸이 좌우로 많이 흔들려서 이것도 교정하려 노력했다.


합격소식을 듣고 감사한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지도교수님께선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이 사업이 좋은 혜택을 주지만, 그로인해 절실함이 떨어져서 연구를 게을리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일침을 주셨다.

붕붕뜨기만 하는 내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 돌직구 같은 일침이었다.